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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플] “진입장벽 낮아진 수제맥주시장, 이제는 '브랜드화'가 숙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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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플] “진입장벽 낮아진 수제맥주시장, 이제는 '브랜드화'가 숙제죠”

 

‘홍종학법’ 통과 이후 수제맥주 붐
라거가 산업화 시대의 맥주라면 에일은 다양성의 맥주
코로나19 타격 입은 수제맥주 업계, 서로 힘 합쳐야 

 

카브루 가평 브루어리에 있는 맥주 생산시설 (카브루 제공) 2020.3.24/그린포스트코리아
카브루 가평 브루어리에 있는 맥주 생산시설 (카브루 제공) 2020.3.2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2002년 월드컵은 1988년 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세계에 성장한 한국의 위상을 뽐내는 무대였다. 축구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맥주였지만 당시 국내에는 ‘이게 한국맥주다’라고 선보일 맥주가 부족했다. 

당시 정부가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 제도’를 도입해 영업장 안에서 만든 맥주를 팔 수 있도록 주세법을 개정한 배경이다. 수제맥주 시장의 길이 열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후  ‘홍종학법’, 종량세 개편이라는 두 번의 변화를 겪은 수제맥주 앞에는 탄탄대로가 놓였다는 말이 나온다. 수제맥주 시장에 봄날은 올까. 2000년 문을 연 1세대 수제맥주 회사 카브루(KABREW)’의 임성일 전략기획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임성일 팀장은 “2002년 소규모 양조 면허가 생긴 뒤 2005년까지 수제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전국에 브루펍만 120개가 있었다”면서도 “필스너, 둔켈, 바이젠 세 가지 맥주밖에 만들지 않은 데다 워낙 소규모라 품질관리도 되지 않았다”고 2000년대 초반 수제맥주 업체들이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당시 한국 수제맥주의 성장이 억눌린 원인은 또 있다. 경제성이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개정된 주세법이 수제맥주 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영업장 바깥에서는 양조한 맥주를 판매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임성일 팀장은 “외부 유통이 안 돼 만족을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업체들이 우후죽순 망했다”고 전했다.

침체된 수제맥주 업체가 다시 떠오른 데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2013년 일명 ‘홍종학법’이라고 불리는 주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뒤 통과되면서 수제맥주 시장에는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홍종학법’은 △외부 판매 허용 △맥주 제조장 시설 기준 완화 △주세 세율 인하 등을 골자로 이뤄졌다. 수제맥주 시장의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임성일 팀장은 “당시 브루펍을 보면 한달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은 600 케그에 달했지만 영업장 안에서 파는 양은 50~100 케그에 불과해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적어 이해타산이 안 맞았다”면서 “‘홍종학법’ 통과 이후 외부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이 열리겠다는 긍정적 메시지가 나왔고, 홍종학 당시 의원은 ‘맥주 대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제맥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61개에 그쳤던 국내 맥주 제조 면허 숫자는 2018년 136개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대기업 맥주 면허 숫자는 7개에서 8개로 하나가 증가하는 데 그친다. 불어난 맥주 면허 대다수를 수제맥주 업체에서 가져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마실 수 있는 맥주의 라인업도 덩달아 증가했다. 대기업 맥주가 ‘아메리칸 페일 라거’라는 한 가지의 맥주로 대표된다면 수제맥주가 지닌 핵심은 다양성이다.

임성일 팀장은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한 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의 주장도 행간을 살펴봐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일 팀장은 “다니엘 튜더는 한국 맥주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한 것”이라면서 “카스나 하이트가 맛이 없지 않지만 그밖의 다른 맥주도 맛보고 싶다고 한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임성일 팀장은 이어 “‘아메리칸 페일 라거’ 위주의 한국 맥주는 이런 날씨에는 라거가 마시고 싶다거나 지금 기분에는 에일이 당긴다거나 할 때 그런 욕구를 채워주기 힘들다”면서 “이와 달리 수제맥주 본질은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보다 맛없다’고 주장한 다니엘 튜더는 이후 더부스라는 수제맥주 업체를 차렸다. 임성일 팀장은 “당시 더부스에 맥주를 공급한 게 카브루”라면서 “카브루는 에일을 지향하는 수제맥주 업체”라고 소개했다.

맥주 종류는 거칠게 두 가지로 나누면 라거와 에일로 분류할 수 있다. 라거는 하면 발효 방식으로, 에일은 상면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라거가 청량하고 맛과 향이 가볍다면, 에일은 바디감이 라거보다 무겁고 맛과 향도 더 진하다. 카스와 하이트 등은 라거의 일종이다. 

카브루가 에일을 지향한다는 건, 같은 맥주를 만들지만 대형 맥주 업체와 걷는 길이 다르다는 의미다. 임성일 팀장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기업형 맥주회사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콜드체인 유통망이 없으니 대량생산, 유통, 보관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라거 스타일 맥주를 위주로 생산했다”면서 “라거는 산업화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브루는 하나하나 특색이 살아있는 다양한 수제맥주를 만든다. 라거와 비슷한 필스너나 밀맥주 바이젠처럼 수제맥주 업체라면 으레 생산하는 맥주도 팔지만, 맥주치고는 도수가 높은 더블IPA나 아메리칸 페일 에일 ‘앨리캣’ 등 조금은 생소한 맥주도 만든다. 임성일 팀장은 “특색있는 제품을 선보이면서도 대중성을 지향한다”면서 “다양성의 측면에서 여러 종류의 홉을 사용해 만드는 향도 나고 풍미가 있는 에일을 지향하고 있으며 실제로 생산하는 맥주도 대부분 에일”이라고 전했다.  

카브루는 지난달 중순 신맛을 즐길 수 있는 사워에일 ‘카브루 흑미 사워’과 ‘카브루 와일드 세종’ 등 국내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신제품도 내놨다. 임성일 팀장은 “대부분 이 시장을 이끄는 사람들은 이노베이터”라면서 “IPA, 사워에일, 람빅 등의 맥주가 괜찮다는 평가를 들으며 시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임성일 카브루 전략기획팀장 (김형수 기자) 2020.3.24/그린포스트코리아
임성일 카브루 전략기획팀장 (김형수 기자) 2020.3.24/그린포스트코리아
 
수제맥주 업체 입장에서 ‘4캔 1만원’에 맥주를 파는 편의점은 수제맥주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간이다. 만원짜리 한 장으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맥주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임성일 팀장은 “편의점에서 파는 '4캔 1만원’ 맥주는 가격 장벽을 없애줬다”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같은 돈이면 이번엔 익숙한 맥주가 아니라 IPA 같은 새로운 맥주를 집어가게 만들게 했다”고 했다. 

카브루는 지난해 6월 GS25을 운영하는 GS리테일과 손잡고 GS25에서 IPA 스타일의 맥주 ‘경복궁’ 출시한 뒤 성과를 보며 편의점에 생긴 수제맥주 시장을 확인했다. 임성일 팀장은 “‘경복궁'을 ‘3캔 9900원’에 내놓으며 팔릴까 걱정했다”면서도 “다른 수제맥주 비해서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임성일 팀장은 이어 “이게 시작이면 나중에는 사워에일이나 람빅 시장도 다양성 측면에서 한자리 잡지 않을까 싶어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은 국산 수제맥주에게 치고나갈 기회를 제공했다. 아사히로 대표되는 일본 맥주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사이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크게 늘어났다. CU에서의 전년 동기 대비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7월 159.6%, 8월 200.4%, 9월 207.1%, 10월 284.9%, 11월 290.1%, 12월 306.8% 늘어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국산 맥주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8년 1.9%에서 2019년 5.6%로 세 배 가까이 올라갔다. 업계에선 올해부터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앞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수제맥주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종가세는 주류의 가격을 기준으로, 종량세는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분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한다. 업계에서는 종량세 시행에 따라 수제맥주에 붙는 세금이 최대 3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제맥주가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라는 말이 나오지만 임성일 팀장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수제맥주 시장으로 진입하는 문턱이 낮아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임성일 팀장은 “업계에선 종량세 환영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나 종량세 도입에는 이면도 있다”면서 “과거에 있던 진입장벽 사라지면서 싸고 맜있는 맥주 브랜드로 인지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라 고객하고 대면해야 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임성일 팀장은 이어 “종량세 시행으로 세금이 줄어든 건 맞지만, 편의점 ‘4캔 1만원'에 들어가려면 원가를 낮춰야 하고. 마케팅 비용도 들어가야 한다”면서 “경쟁이 심화돼 가격에만 집중하면 다양성을 어필하기 어려워서 걱정”이라고 했다.  

카브루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가평에서 수제맥주 축제를 열며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행사장에서 사용되는 페트컵을 옥수수 전분 소재로 만든 PLA컵으로 교체하며 환경에도 신경썼다. 맥주 제조과정에서 많이 나오는 맥아박은 인근 축사에 사료용으로 제공한다.

또 편의점 등 소매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능력도 키울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고정비를 낮추고 자동화를 구현해 원가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임성일 팀장은 “가평 공장과 청담 브루펍을 더하면 연 5000㎘ 정도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데 편의점에 나가는 ‘경복궁’ 하나만 생산해도 생산능력을 총동원해야한다”면서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양조장을 짓고 있는데 이게 완성되면 연 2만㎘ 정도로 생산능력이 4배가량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성일 팀장은 마지막으로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수제맥주 업계를 향해 협동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임성일 팀장은 “코로나19로 주점 등이 영업난을 겪으면서 수제맥주 업계가 요새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수제맥주 특유의 공유와 협업 문화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성일 팀장은 이어 “미국에선 수제맥주 업체끼리 모여 레시피를 논의하고 맥주를 공동 생산하기도 하는데 한국은 미국보다 이런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것 같다”면서 “브루어리끼리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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